비운의 궁궐 (덕수궁, 경희궁)

  서울에는 궁궐이 5개가 있습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그리고 덕수궁, 경희궁이 있습니다. 

 

  덕수궁은 왕의 덕과 장수를 기리는 궁궐을 말하는데 왕의 아버지 상왕이 기거하는 곳을 말합니다. 지금의 덕수궁은 순종 시기 왕의 아버지인 고종이 기거하던 궁궐을 말합니다. 덕수궁의 옛 이름은 경운궁입니다.  아래는 덕수궁의 정문인 동문 대한문입니다.  현재 대한문은 공사 중이라 사진은 덕수궁관리소의 사진입니다.

 

  경운궁은 임진왜란 시기 약탈과 방화로 경복궁 등 궁궐이 파괴되어 임시 거처로 삼은 곳입니다.  광해군이 임시 거처였던 행궁을 경운궁으로 이름을 짓습니다.  인조가 즉위한 이후에는 규모가 축소되어 궁궐의 기능을 잃다,  을미사변 이후 고종이 이곳으로 옮겨와 생활한 곳입니다.  을미사변은 외국군이 궁궐을 침입하여 왕비를 처참하게 죽인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고종이 받은 분노와 공포는 어마어마하였겠지요.  고종은 경복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옮겨 갑니다.  아관파천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왕이 다른 나라의 공사관에 기거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라 근처에 있는 경운궁으로 환궁하게 됩니다.  아래는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과 중화문입니다.

 

  경운궁으로 옮기기 전 고종은 경운궁을 크게 중수하게 됩니다.  그러나 경운궁 근처에는 미국공사관과 영국공사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 외국 공사관 너머까지 궁궐을 확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궁궐 안에 다른 나라 공사관이 들어가게 됩니다.  아마도 일본군의 침입을 막는 것이 역부족이라 궁궐 안에 다른 나라 공사관을 포함시킨 것은 아닐까요?

 

  경운궁에는 침전으로 함녕전이 있습니다.  그러나 왕비의 침전은 짓지 않습니다.  함녕전은 왕의 침전이자 편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 아래 사진은 임진왜란 이후 임시 거처로 사용하였던 석어당과 즉조당입니다.  석어당은 특이하게 2층 전각이네요.

 

  경운궁으로 옮겨온 고종은 황제국을 선언하고 환구단을 세워 하늘에 제사를 지냅니다.  환구단은 지금의 서울광장 건너편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정문인 남문 인화문 대신에 동문인 대한문이 정문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근대 초기에 경운궁을 중수하게 되어 여러 개의 서양 건축물이 들어섭니다.  아래는 정관헌의 외부와 내부 사진입니다.  정관헌은 연회장으로 사용하였는지 벽이 없네요.  그 아래는 중명전입니다.  중명전은 미국공사관 너머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석조전을 짓습니다.  석조전은 왕의 침전 등으로 지어지는데 1910년에 완공되어 처음 의도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일본 제국주의는 석조전 옆에 서관을 짓고 같이 미술관으로 사용합니다.  해방 후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사용하다 설계도서가 발견되어 2014년 복원작업을 하게 됩니다.  아래는 석조전과 서관 그리고 석조전의 복원 후의 모습입니다.

 

  복원된 석조전에는 왕가의 문양인 이화문(오얏나무꽃 문양)이 여기저기 있네요.  과거 석조전을 박물관으로 사용하여 지하에는 박물관 수장고가 있네요.

 

  덕수궁의 아름다운 꽃담과 홍예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한옥 지붕 측면의 합각입니다.  문에는 유현문이라 쓰여 있네요.  

 

  광해군은 창덕궁과 창경궁을 중수하였지만  창덕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립니다.  풍수를 이유로 파주 교하로 천도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여러 신료들의 반대로 뜻한 대로 되지 않자 다시 교하에 이궁을 짓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도 어려워지자 풍수가 좋다고 한 경복궁 서쪽에 이궁으로 경희궁을 짓게 됩니다.  아래는 남문 정문인 흥화문입니다.

 

  경희궁은 인조 아버지의 집입니다.  인조는 선조의 손자로 선조의 사랑을 독차지해 장자가 아닌데도 궁궐에서 큽니다.  인조의 동생은 역모에 관련돼 죽게 되고 이에 비관한 인조의 아버지도 길지 않은 생을 마칩니다.  결국 이런 연유로 인조는 광해군을 몰아내는 반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과 숭정문입니다.

 

  광해군은 이궁으로 경희궁을 짓기 시작하지만 완공을 보지 못하고 인조반정으로 쫒겨나게 됩니다.  풍수가 좋다고 한 길지에 주인을 내쫓고 궁궐을 짓지만 집의 주인도 그 집을 빼앗아 새 집을 지은 이도 모두 좋은 결말을 보지 못했네요.  오히려 인조반정 후 이괄이 일으킨 반란으로 창덕궁과 창경궁이 불타자 인조가 이곳에서 살게 됩니다.  서울에 궁궐이 많은 것도 광해군 이후부터입니다.  이후 법궁인 경복궁을 중건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창덕궁을 법궁으로 정하고 경희궁을 이궁으로 삼게 됩니다.  아래는 편전인 자정전과 태령전입니다.

 

  고종은 경복궁을 중건하며 경희궁의 많은 전각을 해체하여 이전합니다.  거기에 일제는 나머지 전각을 해체하고 이곳에 학교를 짓는데 서울고등학교입니다.  1987년 서울고등학교가 이전하고 복원작업을 시작합니다.  아래는 민화작가 송규태씨가 서궐도안을 기초로 그린 옛 경희궁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