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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중론의 이해 1

by 미소천사1004 2022. 11. 30.

  중론은 용수 보살에 의해 쓰여진 가전연경에 대한 주석서입니다. 가전연경(Kaccāyanagotta Sutta)은 세존께서 사왓티 제따와나의 급고독원에 머무실 때 깟짜야나 곳따 존자와의 대화를 적은 경전입니다.  깟짜야나 존자가 "세존이시여, 무엇이 올바른 견해입니까?” 하고 여쭙자 세존께서는 “깟짜야나여, ~‘모든 것은 있다’는 것은 하나의 극단이다.  모든 것은 없다는 것은 두 번째 극단이다.  깟짜야나여 여래는 이들 두 극단을 따르지 않고 중(中, majjhena)에 의지해서 법을 설한다.”라고 하시며 연기에 대해 설명을 하신 경전입니다.

 

  인도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향을 받아 재생의 관념과 인과응보의 관념을 결합하여 윤회의 사상을 낳게 됩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란 선한 업(業, 因)을 쌓으면 선한 보가 이뤄지고, 악한 업을 쌓으면 악한 보가 이뤄진다는 사상입니다. 인과응보의 관념은 이생뿐만 아니라 내생에까지도 확장되어 죽은 후에도 6도 윤회를 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생을 이어 전환하는 윤회의 주체는 무엇인가가 문제가 됩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질적으로 상이한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가 설명할 수 없었으므로, 윤회의 근저에 한 실재가 있다고 믿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윤회의 주체로 아(我, Atman)를 상정하게 됩니다.  우파니샤드에서는 사람이 곡식을 먹고 존속하기에 아를 곡식으로 보기도 하며, 사람은 숨을 쉬어야 생을 유지하기에 숨을 아로 보기도 합니다.  인도의 전설에는 최초의 거인(푸르샤)이 희생을 하여 4성계급의 사람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모두 순수한 자아(푸르샤)가 있으며 이것을 아로 보기도 합니다.  서양의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사상도 인도에서의 아의 사고와 유사한 것입니다.  욕망에 얽매인 깨닫지 못한 이는 죽음 너머에 있는 영원한 삶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해탈한 이의 삶 속에서 신비로운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것(불가사의)을 보길 기대한 것입니다.

 

  반면에 일부에서는 아는 생의 마감과 함께 없어지거나, 존속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체르바카학파는 아의 이전을 부정하고 아는 생이 끝난 후에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인과응보를 부정하고 나아가 도덕의 부정으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아를 증명할 증거는 경험적으로 아무것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오히려 아는 오온(五蘊, pañca-skandha, (色) · (受) · (想) · (行) · (識))의 화합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느낌이나 생각을 내가 생각한다고 느끼지만 이런 느낌이나 생각은 이전의 느낌이나 생각이 나로 화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전의 느낌이나 생각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내가 한 행위는 코기토 같은 절대적 자아가 한 행동이 아니라 어제 내가 한 행위, 그제 내가 한 행위, 과거 내가 한 행위, 판단, 느낌, 생각 등에 의한 결과이며, 오늘 내가 한 행동은 내일 내가 할 행위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앞의 인식이 원인이 되어 그다음의 인식이 결과로 생기는 것인데, 그 결과가 원인을 결과의 주체, 인식의 주체라고 이름하는 것일 뿐이라 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식의 주체로서의 자아가 인식과 별도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생각이 현재의 생각을 일으키는 것인데 우리는 다음 인식을 이끌어오는 원인을 그다음 인식의 주체라고 하며, ‘내가 생각한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의 무아설에 대해 인도의 제 학파 들은 허무주의, 도덕의 부정이니 하며 끊임없이 비판을 가합니다. 이후 불교의 사상의 전개는 이러한 다른 학파들의 비판에 대하여 대응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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