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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오십 넘어 다시 읽는 장자

by 미소천사1004 2022. 11. 30.

  어렸을 때 나의 꿈은 높고도 큰 새와 같았지. 

  큰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이름을 붕이라 하였다. 그 등 길이가 몇천 리 인지 알 수 없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물결이 흉흉해지면, 남쪽 깊은 바다로 가는데, 그 바다를 예로부터 천지라 하였다.’  ‘붕이 남쪽 깊은 바다로 갈 때, 파도가 일어 삼천리 밖까지 퍼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타고 여섯 달 동안 구만리장천을 날고 내려와 쉰다.’ ‘바람이 충분하지 못하면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다.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는 큰 바람을 타야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이 없이 남쪽으로 날아간다.’  (장자 逍遙遊)

  큰 바람을 만나지 못해 오늘도 구만리 장천을 나는 날을 꿈꿔본다.
 

  내세울 것 하나 없지만 열심히 부끄럼 없이 살아 왔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나에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사람들이 가죽나무라 하네. 그 큰 줄기는 뒤틀리고 옹이가 가득해서 먹줄을 칠 수 없고, 작은 가지들은 꼬불꼬불해서 자를 댈 수 없을 정도지. 길가에 서 있지만 대목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걸세. 장자가 말했다. ~이제 자네는 그 큰 나무가 쓸모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그것을 아무것도 없는 고을 넓은 들판에 심어 놓고 그 주위를 하는 일 없이 배회하기도 하고, 그 밑에서 한가로이 낮잠이나 자게. 도끼에 찍힐 일도, 달리 해치는 자도 없을 걸세. 쓸모없다고 괴로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없지 않은가?’      (장자 逍遙遊)  

   ‘죽을 때까지 일하고 수고해도 아무것도 잘된 것 보지 못하고, 그저 일에 쫓기고 지쳐 돌아가 쉴 데도 없으니, 이 어찌 애처롭지 않으냐?  그래도 죽지는 않았다고 자위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  어차피 몸도 쇠하고 마음도 그렇게 되고 마니 정말 애처롭기 그지 없는 일 아니겠느냐?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본래 이처럼 엉망진창인 것인가?  오직 나만 이런 것인가?  삶들 중에 이렇게 엉망진창이 아닌 이들도 있다는 것일까?’     (장자 齊物論)

  목수가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는데 꿈에 사당나무가 나타나서 말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쓸모없기를 바랐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야 완전히 그리 되었으니, 그것이 나의 큰 쓸모일세.  내가 쓸모가 있었더라면, 이처럼 클 수 있었겠는가?  또, 그대나 나나 한낱 하찮은 사물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그대는 상대방만을 하찮다고 한단 말인가?  그대처럼 죽을 날이 가까운 쓸모없는 인간이 어찌 쓸모없는 나무 운운한단 말인가?’     (장자   人間世)

 

  금수저로 태어 나지 못해 힘든 점도 많았지만 부모를 탓하지도 세상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원숭이는 비슷한 원숭이와 짝을 맺고, 순록은 사슴과 사귀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놀지 않는가?  모장이나 여희 (김태희, 전지연 등)는 남자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보자마자 물속 깊이 들어가 숨고, 새는 보자마자 높이 날아가 버리고, 사슴은 보자마자 급히 도망가 버린다.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아름다움을 바르게 안다고 하겠는가?  내가 보기에, 인의의 시작이나 시비의 길 따위의 것은 (결국 이처럼 주관적 판단 기준에 따라 걷잡을 수 없이) 번잡하고 혼란한데 내 어찌 이런 것이나 따지고 앉아 있겠는가?’       (장자 齊物論)

 

  이제 지천명을 넘어 順命, 安命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지.

  ‘나와 자네가 논쟁을 한다고 하세. 자네가 나를 이기고 내가 자네를 이기지 못했다면, 자네는 정말 옳고 나는 정말 그른 것인가?  내가 자네를 이기고 자네가 나를 이기지 못했다면, 나는 정말 옳고 자네는 정말 그른 것인가?  한쪽이 옳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그른 것인가?  두 쪽이 다 옳거나 두 쪽이 다 그른 경우는 없을까?  자네도 나도 알 수가 없으니 딴 사람들은 더욱 깜깜할 뿐이지.  누구에게 부탁해서 이를 판단하면 좋을까?’    (장자 齊物論)

  노자가 죽었을 때 진실이 간단히 문상하고 나오자 사람들이 이렇게 문상을 해도 되냐고 묻자 ‘ 어쩌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때를 만났기 때문이요, 어쩌다가 세상을 떠난 것도 순리이기 때문일세.  편안한 마음으로 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리를 따른다면, 슬픔이니 기쁨이니 하는 것이 끼어들 틈이 없지. 옛날 사람들은 이를 일러 하늘님의 매닮에서 풀려나는 것이라 했네.’  (장자  養生主)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이야기를 할 수 없지요. 한 곳에 갇혀 살기 때문이오.  여름 벌레에게 얼음 이야기를 할 수 없지요.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오.  마음이 굽은 선비에게 도를 이야기할 수 없지요.  한 가지 가르침에 얽매여 살기 때문이오.  지금 당신은 좁은 강에서 나와 큰 바다를 보고 비로소 당신이 미미함을 알게 되었소.  이제 당신에게 큰 理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려.’   (장자 외편 추수)

  ‘견오가 손숙오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세 번이나 재상의 자리에 올라도 그것을 영예로 생각지 않고, 세 번이나 거기서 물러나도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   손숙오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나는 오는 것을 물리치지 아니하고 떠나는 것을 붙잡지 않을 뿐입니다.  얻고 잃음은 나와 관계없는 것.  그러기에 걱정하는 기색이 없을 뿐입니다.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더구나 그 영예가 지위 때문인지 나 자신 때문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지위 때문이라면 나하고는 상관이 없고, 나 때문이라면 그 지위와는 상관이 없는 것.  나는 그저 의연한 마음으로 사방을 둘러보려 하는데, 어느 겨를에 사람들이 나를 귀하게 여기거나 천하게 여기는 일 같은 데 마음을 쓰겠습니까?  (장자 외편 전자방)

 

  나이 들어 지위의 고하, 재산의 다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느 날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장자 齊物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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